반가사유상 (半跏思惟像)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사유의 방'은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되고 있다.
세계의 조형미술가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라고 인정한 조형물이다.
왼쪽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가사유상은 뛰어난 주조기술을 바탕으로 간결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근엄한 모습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하고 있다.
반가 (半跏)는 양쪽 발을 각각 다른 쪽 다리에 엇갈리게 얹어앉는 결과부좌에서 한쪽 다리를 내려뜨린 자세를 말한다. 이 자세는 불가에서 반가의 자세는 수행과 번민이 맞닿거나 엇갈리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멈춤과 나아감을 거듭하며 깨달음에 이르는 움직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한쪽 다리를 내려 가부좌를 풀려는 것인지, 다리를 올려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갈 것인지를 알기 어려운 애매모한 자세가 사유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사유'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 상태를 말한다. 살짝 다문 입가에 잔잔히 번진 미소는 깊은 생각 끝에 도달하는 영원한 깨달음의 찰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세계의 미술가와 철학자들이 '가장 아름다운 미소라고 한 것은 깨달음의 고요한 표현인 것이다.
반가사유상을 보면 볼수록 뭔가 초월한 형상으로 보이고 고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손을 보면 주름 하나 없고 발도 정갈하다고 할 정도로 깨끗하다. 해맑고 준수한 미소년의 모습이다.
반가사유상을 통해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존재하고, 모든 것은 생각과 함께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고뇌와 깨달음의 미소가 반가사유상의 미소라면 어떻게, 어떤 깨달음이기에 저리 고운 미소로 편안할 수 있는가? 현세에 살기 급급한 속인은 깨달음은 커녕 진리와 해탈이 우주밖에 있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조각의 실물을 보지 아니한 사람들조차 알고있는 서양의 대표적인 사유의 조형물이다.
이 조각은 원래 '지옥의 문'이란 조각품의 일부분으로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왼손을 왼편무릎에 얹고 오른 팔꿈치를 왼편다리에 받치면서 턱을 괴고있다. 일반적으로 턱을 괸 자세와 달리 불안정한 모습이다. 긴장한 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있는 모습을 하고있지만 그 어떤 자세보다 경직된 자세, 과장된 손동작, 의도적으로 비틀어진 자세 등으로 직설적으로 고뇌를 작가가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보고있는가?
무슨 고민을 하고있는가?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은 단테의 신곡에 있는 아홉번째 지옥문을 보고있다. 지옥문으로 카톨릭사제 등 고위성직자와 예수의 제자이며 신권 수호자를 자청하던 황제와 유력한 자들이 지옥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다. 가장 명예롭고 경건하고 도덕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들어가는 지옥문이다. 왜 이들이 지옥으로 들어가는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으로 살았기 때문이라고 신곡은 말하고있다.
'생각하는 사람'의 원래 이름은 '시인(詩人)'이었다. 너무나 사실적이라 한 때 살아있는 사람 위에 직접 석고 물을 붓고 모양을 떠서 만들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었다.
로댕은 프랑스정부의 요청에 따라 새로 건립하는 미술관 정문에 장식할 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조형의 영감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가져왔으며 '생각하는 사람' 즉 '시인'을 왼쪽 맨 위에 조각하고, 아담, 이브 등 인물상을 17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조각했지만 모두 완성을 하지는 못했다. 1888년 로댕은 '시인'을 독립된 작품으로 살롱에 출품하여 '시인'이 유명해진 것이다.
로댕 전기를 쓴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있다. "그는 말없이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다. 그는 행위하는 인간의 모든 힘을 기울여 사유하고있다. 그의 온몸이 머리가 되었고, 그의 혈관에 흐르는 피가 뇌가 되었다"
;생각하는 사람' 조각의 주인공은 쉬고있는 헤라클레스(Heracles)이다. 굵은 눈썹, 황소같은 목, 야성적인 용모, 가공할만한 근육에서는 힘이 느껴지지만, 고개를 숙이고 숙고하는 듯한 형상에서 고도의 집중력이 발산되고 있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보면 전체 형태가 좌상이라 웅크린 덩어리가 단순하게 보여 좀 더 형태가 강하게 보이고 있다. 내부 덩어리 구조는 근육의 흐름을 극도로 강조하고 있으며 빈틈없이 잘 짜여진 비례나 해부학적인 표현은 인체의 표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반가사유상'과 '생각하는사람' 무엇이 다른가?
둘 다 의자에 앉아있지만 전자가 생로병사의 문제에서 해탈한 미소라면 후자는 현재의 사람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아야하는 정답없는 인간의 고민을 표현하는 것이다. '반가사유상'은 인간 스스로 생로병사의 문제를 깨달음으로 답을 내는 것을 말하고있고 '생각하는 사람'은 원죄를 가진 인간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나타난 외형을 보지 아니하고 속마음 즉 믿음을 본다는 것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문제를 풀지 못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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